도로를 경매로 낙찰받았다고 하여 그 도로를 이용하거나 점유하는 사람을 상대로 임료 상당을 곧바로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영진 변호사는 두 가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원소유자 단계에서 배타적 사용·수익권능에 대한 제한이 실제로 성립하였는지 보아야 하며, 그 제한이 성립하지 않았다면 승계를 논할 필요가 없다. 둘째, 수익을 목적으로 매수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권리행사를 제한할 수 없으므로, 이용자 측에서는 원소유자의 제한 성립을 증명하는 작업이 더 중요해진다.

한눈에 보기

판단 단계 확인할 질문
원소유자의 법적 상태 소유자가 토지를 공중에게 제공하거나 무상 이용을 용인한 경위가 있는가?
특정승계인에 대한 제한 취득 당시 제한이 외관에 드러났는가? 특별한 사정이 있는가?
수익 목적의 평가 매수·소 제기의 목적만으로 권리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가?
이후의 사정변경 제한의 기초가 된 이용 상태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는가?
청구의 상대방 점유자에 그치지 않고, 누가 어떤 사용이익을 권원 없이 얻고 있는지 특정되는가?

경매 취득과 자유로운 수익 가능성은 다르다

경매로 토지를 취득했다는 사실은 소유권 취득에 관한 사실일 뿐이다. 그 토지에서 기존 이용자에게 돈을 받을 수 있는지는 별개의 법률문제다.

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은 원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가 제한되는 토지를 경매·매매·대물변제 등으로 특정승계한 경우를 명시적으로 다루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취득자가 기존 제한의 부담을 용인하거나 적어도 알고 취득한 것으로 보아 같은 제한을 받는다고 하였다. 이때 고려할 사정으로 취득 경위와 목적, 제한이 드러난 외관, 취득가액에 반영된 가치 하락, 원소유자의 인적 관계나 인허가와 관련된 사정 등을 제시하였다.1

원소유자에게 제한이 있었는지가 먼저다

특정승계인의 제한을 판단하려면 먼저 원소유자에게 어떤 이용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원소유자에게 제한이 없었다면 승계를 논할 전제 자체가 없다.

여기서는 ’도로’라는 이름보다 실제 이용의 성격이 중요하다.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5다211685 판결은 지주들이 토지를 상가건물들의 대지로 제공하여 구분소유자들에게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허락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더라도, 구분소유자들만을 위한 용도로 제공한 것에 불과하므로 일반 공중을 위한 제공에 관한 제한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경매 등으로 토지를 취득한 특정승계인이었고, 대법원은 지주들과 구분소유자들 사이의 사용 법률관계의 내용, 그 관계를 특정승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 채권적이라면 원고가 이를 승계했는지를 심리하도록 하였다.2

주차장 진입에 이용된다는 사정만으로 언제나 건물 부지가 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4다251470 판결은, 차량이 공로로 나가기 위해 그 토지를 이용해야 한다는 사정만으로는 건물의 부지라고 볼 수 없고 구분소유자들의 배타적 점유 여부는 별도로 심리해야 한다고 보면서, 상속인인 원고가 건물 신축을 위한 건축허가 신청 때 작성한 도로 사용동의서와 건물 입주자와 무관한 사람들의 주차 사실을 함께 고려하여 제한이 유지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였다.3

수익을 목적으로 샀다는 이유만으로 권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24. 2. 15. 선고 2023다295442 판결은 토지를 매수한 뒤 사용료 성격의 부당이득을 청구한 사건에서, 수익을 올릴 목적의 매수·소 제기였을 가능성만으로 권리행사를 제한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 사건에서는 매수인이 2021년 4월 상속인 일부로부터 지분을 매수한 직후 소를 제기하였는데, 원심은 이를 수익을 올리려는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공익 보호의 필요성을 우선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소유자에게 애초에 제한이 성립하는지에 관한 증명이 부족했다는 점을 먼저 지적한 뒤, 매수인의 목적 가능성만으로는 권리행사를 제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4

이 판결의 실무적 의미는 분명하다. 이용자 측은 상대방의 투자 목적을 비난하는 데 그치지 말고, 원소유자 단계에서 제한이 성립할 기초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매수인 측 역시 수익 목적의 적법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원소유자의 도로 제공 경위와 현재 이용관계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제한이 없더라도 ‘누구에게’ 청구할지는 별도로 확정해야 한다

원소유자 단계의 제한이 성립하지 않아 경매 취득자가 사용료를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더라도,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임료 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상대방은 점유자에 한정되지 않는다.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다35903 판결은 부당이득의 대상이 되는 이익이 있는지가 상대방이 그 물건을 점유하는지에 좌우되지 않고, 점유 여부는 반환할 이익의 액을 산정할 때 고려될 뿐이라고 하였다. 이 판결은 먼저 상대방이 얻는 이익의 구체적인 내용을 따져 그 취득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가 일반적으로 유상으로 부여되는 것인지를 보고, 이익이 인정되면 소유자의 손실과 이익 보유의 법률상 원인, 즉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원이 있는지를 살피도록 하였다. 지방자치단체가 타인의 임야에 자신의 계획과 비용으로 수도시설·안내판·관리소를 설치해 유지·관리한 사건에서는 그 시설 부지를 점유한다고 보아야 하고, 설령 점유하지 않더라도 부지로 사용하는 이익이 있어 권원을 주장·입증하지 못하는 한 반환의무가 있다고 하였다.5 따라서 점유 여부뿐 아니라 누가 어떤 사용이익을 얻는지, 그 이익을 보유할 권원이 있는지를 각각 특정해야 한다. 다만 이 판결은 시설 부지의 사용에 관한 것이므로, 단순 통행에 같은 결론이 되는지는 이 판결로 정해지지 않는다.

상가·공동주택의 진입로처럼 여러 사람이 관련된 경우에는 이 특정이 더 중요해진다. 단순 통행, 점유, 구체적 사용이익의 귀속은 서로 다른 사실이기 때문이다. 청구의 상대방과 이익의 내용을 잘못 특정하면, 원소유자 단계의 제한이 없다는 점을 모두 증명하고도 청구가 기각될 수 있다.

실무에서 확인할 판단 기준

이 단락은 위 판결들을 바탕으로 한 이 글의 정리이다. 매수 전에는 수익의 전제부터 검증해야 한다. 도로에 접한 건물 수에 예상 사용료를 곱하는 계산보다, 기존 이용자에게 그 돈을 청구할 수 있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소송 전에는 주장을 단계별로 구분해야 한다. 매수인은 원소유자의 제한 자체를 다투는지, 자신에 대한 예외를 주장하는지, 후발적 변화를 주장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등기사항증명서·지적도의 연혁, 매각물건명세서·감정평가서, 원소유자의 제공 경위에 관한 자료를 각각 다른 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좋다.

자주 묻는 질문

Q. 등기부에 무상 사용 약정이 없으면 사용료 청구가 인정되는가? A. 그렇지 않다. 일반 공중을 위한 제공에 관한 판례상 제한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다만 특정인만을 위한 채권적 사용관계라면 그 승계 여부를 별도로 판단한다.

Q. 도로로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샀으면 사용료 청구권이 당연히 없는가? A. 아니다. 현황에 대한 인식과 법적 제한의 성립은 구별된다. 다만 원소유자의 제한이 이미 성립하고 그 부담이 취득 조건에 드러나 있었다면 제한이 적용된다고 볼 중요한 사정이 된다.

정리

도로 경매의 핵심은 ’토지를 샀는가’가 아니라 ’어떤 이용관계가 형성된 토지를 어떤 조건으로 샀는가’라고 김영진 변호사는 설명한다. 원소유자에게 성립한 사용·수익권 제한은 특정승계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지만, 그 최초 성립과 취득자의 예외, 이후 변화를 구별하여 확인할 것.

근거

구분 표기 링크
판례 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 판결 원문
판례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5다211685 판결 판결 원문
판례 대법원 2024. 2. 15. 선고 2023다295442 판결 판결 원문
판례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4다251470 판결 판결 원문
판례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다35903 판결 판결 원문

Footnotes

  1. 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의 특정승계인 부분. ↩

  2.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5다211685 판결, 판시사항, 이유 1~3. 원심 부산고등법원 2015. 3. 19. 선고 2013나52820 판결, 원심판결 일부 파기환송. ↩

  3.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4다251470 판결, 이유 1.가.2), 1.나.2)바)·아). ↩

  4. 대법원 2024. 2. 15. 선고 2023다295442 판결, 사안 개요 및 이유 3. 피고(피상고인) 거제시. ↩

  5.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다35903 판결, 판시사항 [1]·[2], 이유 2·4. 원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4. 17. 선고 2008나41931 판결, 피고 서울특별시 관악구, 원심판결 파기환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