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소유의 토지에 설치된 도로를 둘러싼 사용·수익권 제한 분쟁에서 신청서·허가서·확약서·도면·현황자료는 각각 다른 사실을 보여준다. 김영진 변호사는 판결이 이러한 서류를 어떻게 읽었는지를 보면 각 서류가 증명하는 범위가 드러난다고 본다. 서류가 있다는 사실과 그 서류로 소유자의 제공 의사가 증명된다는 결론 사이에는 언제나 연결 작업이 필요하다. 이 글은 판결문에 나타난 서류 사례만을 바탕으로 정리한다.
한눈에 보기
| 자료 | 판결이 그 자료에서 읽은 사실 | 그 자료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은 부분 |
|---|---|---|
| 측량원도(2023다295442) | 도로부지를 표시하고 그에 맞추어 분할·지목변경한다는 계획 | 소유자의 신청인지 관청의 직권인지는 알 수 없다고 보았다 |
| 사업계획승인 조건(92다34155) | 도로예정지를 분할하여 지목을 도로로 변경할 것을 조건으로 한 승인 | 조건의 수용과 이행(분할·지목변경 신청)을 별도로 확인하였다 |
| 확약서(2015다18787) | 도로로 지목을 변경하여 진출입로로 기부채납하겠다는 확약과 그 면적 | 기부채납이 이행되지 않고 지목도 바뀌지 않았어도 다른 사정과 종합하여 포기를 인정하였다 |
| 토지사용승낙서(2013다7943) | 진입로 목적 사용 승낙, 불특정 다수인의 도로 사용에 별도 승낙 불요, 매도 시 고지 | 포기로 볼 여지가 많다고 하면서 심리 부족으로 환송하였다 |
| 도로사용 동의서(96다42529, 2024다251470) | 도로 사용 동의, 사용료를 정하지 않음(96다42529) / 건축허가 신청 때 도로로 사용하여도 이의가 없다는 동의(2024다251470) | 동의서를 써 준 이유 등을 더 심리하도록 하였다(96다42529) / 제한 상태가 계속 유지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하였다(2024다251470) |
| 허가조건·각서·확인 회신(2012다204525) | 기부채납 조건, 이행 각서, 취득 전 확인 요청에 대한 회신 | 기부채납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은 별개의 문제로 보았다 |
도면과 계획 문서는 소유자의 의사까지 증명하지는 않는다
대법원 2024. 2. 15. 선고 2023다295442 판결에서 소외인은 1914년 토지를 사정받았고, 그 토지는 1931. 9. 17. 분할되면서 일부의 지목이 도로로 변경되었다. 대법원은 1931. 6. 23. 작성된 ’측량원도’에 주목하였다. 이 도면에는 모토지와 인근 여러 필지 위에 일직선의 도로부지가 붉은 선으로 표시되어 있고, 그에 맞게 토지를 분할하며 도로부지에 포함된 토지의 지목을 도로로 변경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몇 달 뒤 실제 분할이 같은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대법원은 이를 소유자가 분할을 신청했다는 증거로 읽지 않았다. 오히려 관할관청이 직권으로 분할하면서 도로를 개설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다. 분할이 소유자의 신청에 의한 것인지, 관청이 적법한 취득 절차를 밟았는지, 도로 사용에 대한 동의가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는 없었다.1
도면은 계획과 분할의 결과를 보여주는 자료이지, 그 계획을 누가 원하였는지까지 보여주는 자료는 아니다.
허가·승인의 조건은 조건 자체와 이행 행위를 나누어 읽는다
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다34155 판결에서 관할관청은 연립주택 건립을 위한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하면서, 도시계획상 도로예정지로 지정된 토지를 연립주택 준공 전까지 분할하여 지목을 도로로 변경할 것을 조건으로 붙였다. 원고들은 이 조건에 따라 분할 및 지목변경을 신청하였고, 준공 후 그 토지는 주민 통행에 제공되었다. 원심은 승인조건에 따라 제공할 수밖에 없었던 경위 등을 들어 원고들이 자진하여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으나, 대법원은 원고들이 연립주택 건립을 위해 승인조건을 받아들였다면 지목만 도로로 바뀌는 데 그치지 않고 인근 주민의 통로로 제공되는 것까지 용인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보아 원심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였다.2
이 판결에서는 승인조건이라는 문서, 그 조건을 받아들여 분할·지목변경을 신청한 행위, 준공 후 주민 통행이라는 결과가 차례로 이어졌다. 조건이 붙었다는 사실만으로가 아니라 이 세 단계가 연결될 때 의미가 생긴다.
허가 내용과 행정 기재도 서로 다른 사실을 보여준다.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다30502 판결에서 1990년의 토지형질변경허가는 분할 전 토지 2,830㎡ 중 2,155㎡를 택지로, 675㎡를 도로로 조성하는 내용이었고, 그 허가 신청 내용에 따라 토지가 분할·매도되었다. 한편 1978년경의 도시이용계획확인원에는 그 토지 부분이 소로 2류 도로예정선에 저촉된다는 기재가 있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포기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부득이한 분할로 본 원심을 파기하였다.3
확약서·승낙서·동의서는 문언의 범위와 이행 경위를 함께 읽는다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18787 판결에서 전소유자는 공동주택 건축허가를 받을 무렵 토지 67㎡를 도로로 지목을 변경하여 차량 진출입로로 기부채납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부채납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지목도 바뀌지 않았으며, 원심은 확약서만으로는 포기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확약서에 적힌 면적과 실제 진출입로 부분의 면적이 같은 점, 그 부분 외에 공동주택의 다른 진출입로가 없어 보여 이를 쓰지 않으면 건축허가나 사용승인이 쉽지 않았을 점, 건축주 지위를 승계한 회사가 그 부분을 진출입로로 조성하여 사용승인을 받은 점, 매수인이 매수 당시 진출입로로 사용 중임을 알고 있었던 점을 종합하여 포기를 인정하였다.4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3다7943 판결에서는 산지전용허가의 수허가자 명의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토지사용승낙서가 제출되었다. 그 승낙서에는 주택 및 진입로 목적의 토지 사용을 승낙하고, 도로 부지는 사용자 외에 불특정 다수인이 도로 목적으로 사용할 때 토지주의 별도 승낙을 받지 않아도 되며, 토지를 매도할 때에는 승낙사항을 고지하겠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었다. 대법원은 분할된 토지들에서 공로에 이르는 다른 통행로가 거의 없다는 점과 이 승낙서를 함께 보아 포기하였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하면서, 심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5 승낙서의 문언 가운데 불특정 다수인의 사용에 관한 부분과 매도 시 고지에 관한 부분은 각각 공중 이용과 이후 취득자의 인식이라는 서로 다른 쟁점과 관련된다는 것이 이 글의 정리이다.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다42529 판결에서는 도로 확장사업에 편입되는 토지 소유자 대부분이 도로 사용 동의서를 제출하였고, 사용료를 정하지 않았으며, 약 13년 동안 보상금이나 사용료를 요구하지 않았다. 원심은 동의서에 무상 기부채납 내용이 있었는지가 불분명하고 관련 문서의 ’무보상’이라는 기재가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인지 무상사용 승낙을 뜻하는지도 불분명하다는 등의 이유로 포기를 부정하였다. 대법원은 사용료를 정하지 않고 동의한 점 등에 비추어 무상 사용을 허용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포기로 볼 수도 있다고 하면서, 동의서를 써 준 이유와 13년간 이의하지 않은 이유 등을 더 심리하라며 파기환송하였다.6 문언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서증을 배척하지 않고 작성 경위를 더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4다251470 판결에서는 상속인인 원고가 2002년경 건물 신축을 위한 건축허가 신청에 앞서, 지목은 대지이나 현황이 도로로 사용되고 있어 도로로 사용하여도 이의가 없다는 취지의 도로(대지) 사용동의서를 인감증명서와 함께 구청장에게 제출하였다. 구청장은 이를 받고 현장조사에서 보행 또는 차량 통행이 가능하다고 확인한 뒤 건축허가를 내주었다. 한편 구청장 명의의 사실조회 회신은 건물 신축 전 실제 사용현황이 너비 3m, 길이 14.2m의 막다른 도로였다는 것이어서 현재 사용현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판단의 근거가 되었다. 대법원은 소유자의 부친이 도로로 제공하여 형성된 제한 상태가 원고의 사용동의로 계속 유지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보았다. 동의서는 소유자 본인이 도로 사용에 이의가 없다는 의사를 표시한 문서이고, 사실조회 회신은 과거의 사용현황을 보여주는 별개의 자료라는 점에서 각각 증명하는 사실이 다르다.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다204525 판결에서 지방자치단체는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토지형질변경을 허가하였고, 소유자 회사는 근저당권을 설정해 이 조건을 어긴 뒤 기한을 정해 소유권을 이전하겠다는 각서를 제출하였으나 이행하지 못하였다. 경매로 토지를 취득한 원고는 취득 전에 도시계획시설확인서에 ’기부채납 대상 토지’로 기재된 것을 보고 지방자치단체에 확인을 요청하였고, 지방자치단체는 일반인이 통행하는 도로로 사용되고 있으나 기부채납은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고 회신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허가조건·각서·회신과 건물·부지의 효용 증대를 위한 도로 제공 경위를 종합하여 소외 회사의 포기와 원고의 인식을 인정하였다. 지방자치단체가 이후 전 소유자에게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는 사정은 원고의 사용·수익권 행사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할 바가 아니라고 보았다.7
서증은 내용을 읽기 전에 진정성립부터 확인한다
대법원 1993. 5. 14. 선고 93다2315 판결에서 지방자치단체는 원소유자가 낙원시장 재건사업에 토지를 제공하고 상가 점포를 분양받았다는 취지의 서증을 제출하였으나, 원심은 그 서증들의 진정성립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주장을 배척하였다. 대법원은 원심이 진정성립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곧바로 배척할 것이 아니라 그 입증을 촉구하여 주장의 당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보았다.8 내용이 결정적인 서증이라도 진정성립이 다투어질 때에는 입증 기회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황 자료는 제공 당시의 이용상태와 비교할 때 의미가 있다
현황 자료는 어느 시점의 이용상태를 보여주는지에 따라 증명하는 사실이 달라진다.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8다253420 판결은 지방자치단체가 2004년 이후 토지 지하에 상하수도 관거를 설치하고 그 위를 포장한 사안에서, 제공 당시의 객관적인 이용현황이 기본적으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대법원은 지상의 이용상태에 특별히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9 현재 시설물이 보인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제공 당시 상태와 무엇이 달라졌는지가 설명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글의 정리이다.
또한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4다251470 판결은 일반 공중의 통행·사용에 제한이 없고 건물 입주자와 무관한 사람들이 차량을 주차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는 현황을 사용·수익권 제한 판단의 정황으로 고려하였다.10 반면 2023다295442 판결에서는 원심이 약 90년간의 도로 사용과 소유자의 이의 부재를 근거로 용인을 인정하였으나, 대법원은 장기간 이의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사전 동의나 사후 용인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1 현황은 개방성과 이용 상태를 보여주는 자료이지, 제공 경위와 소유자의 의사를 대신 증명하는 자료가 아니다.
실무에서 확인할 판단 기준
이 단락은 위 판결들에서 서류가 읽힌 방식을 바탕으로 한 이 글의 정리이다. 증거목록을 작성할 때는 자료마다 직접 확인한 내용, 다른 자료와 연결한 추론, 법률적 주장을 세 칸으로 나누어 보는 것이 유용하다. 2015다18787을 예로 들면, 직접 확인한 내용은 확약서에 적힌 면적과 실제 진출입로 부분의 면적이 같다는 것이고, 연결한 추론은 확약이 실제 조성된 부분과 대응한다는 것이며, 법률적 주장은 소유자가 그 부분을 공중 통행에 제공하였다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앞의 사실 하나로 자동 도출되지 않고, 소유자의 의사와 편익, 실제 이용을 종합하는 판단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나누면 부족한 자료도 구체적으로 보인다. ’자료가 더 필요하다’가 아니라 ’분할을 누가 신청했는지 확인할 자료가 필요하다’처럼 질문을 좁힐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확약서를 제출했지만 기부채납이 이행되지 않았다면 포기도 인정되지 않는가? A. 그렇지 않다. 2015다18787 판결과 2012다204525 판결은 확약이나 약정이 이행되지 않은 사안에서도 도로 제공 경위와 이용 상태 등을 종합하여 포기를 인정하였다. 약정의 불이행은 약정 자체의 문제이고, 사용·수익권 행사의 제한은 별도로 판단한다.
Q. 서증의 문언이 불분명하면 증거로 쓸 수 없는가? A. 불분명하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할 수 없다. 96다42529 판결은 사용료를 정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작성 경위를 더 심리하도록 하였다. 진정성립이 다투어지는 경우에도 93다2315 판결처럼 입증 기회를 거쳐야 한다.
정리
서류가 있다는 사실과 그 서류가 증명하는 사실은 다르다고 김영진 변호사는 설명한다. 도면은 계획을, 허가조건은 요구를, 확약서·승낙서·동의서는 의사표시를, 현황 자료는 특정 시점의 상태를 보여줄 뿐이므로, 각 서류가 보여주는 사실을 구별하고 서로 연결되는지 확인할 것.
근거
| 구분 | 표기 | 링크 |
|---|---|---|
| 판례 | 대법원 2024. 2. 15. 선고 2023다295442 판결 | 판결 원문 |
| 판례 | 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다34155 판결 | 판결 원문 |
| 판례 |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다30502 판결 | 판결 원문(LBOX) |
| 판례 |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18787 판결 | 판결 원문(LBOX) |
| 판례 |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3다7943 판결 | 판결 원문 |
| 판례 |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다42529 판결 | 판결 원문 |
| 판례 |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다204525 판결 | 판결 원문(LBOX) |
| 판례 | 대법원 1993. 5. 14. 선고 93다2315 판결 | 판결 원문 |
| 판례 |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8다253420 판결 | 판결 원문 |
| 판례 |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4다251470 판결 | 판결 원문 |
Foot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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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4. 2. 15. 선고 2023다295442 판결, 사안 개요 및 이유 3.나.2)·4).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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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다34155 판결, 이유. 원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 파기환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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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다30502 판결, 이유 3.가.(2)·(8), 3.나. ↩
-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18787 판결, 이유 2.나.·다. ↩
-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3다7943 판결, 이유. ↩
-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다42529 판결, 이유 1.가.·나.(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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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다204525 판결, 이유 3.(1)~(3). ↩
-
대법원 1993. 5. 14. 선고 93다2315 판결, 이유 2. ↩
-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8다253420 판결, 이유 2.나.2). ↩
-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4다251470 판결, 이유 1.나.2)마)·바)·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