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건물이 담보신탁으로 넘어가 있을 때 관리비 체납 분쟁에서 김영진 변호사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신탁계약서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가 아니라 그 신탁계약을 언제 체결했는지다. 신탁법 제4조 제1항이 적용되는 신탁(2012. 7. 26. 이후 체결)에서는, 신탁계약서에 관리비를 위탁자가 부담한다고 정하고 이를 신탁원부에 기재했더라도 그 약정만으로는 제3자인 집합건물 관리단에 대항할 수 없다(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2다233164 판결). 다만 이것은 신탁원부 기재라는 방어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일 뿐, 수탁자에게 관리비 지급의무가 있다고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 지급의무는 관리비의 성격과 관리단 규약 등을 별도로 심리해 판단해야 한다.
한눈에 보기
| 쟁점 | 결론 |
|---|---|
| 신탁계약서·신탁원부에 관리비를 위탁자가 부담한다고 기재한 경우 | 신탁재산 구성에 관한 사항이 아니므로 그 기재만으로는 제3자(관리단)에게 대항 불가 |
| 대항력이 부정되면 수탁자의 지급의무가 곧바로 확정되는지 | 아니다. 관리비의 성격과 관리단 규약 등을 별도로 심리해야 확정된다 |
| 신탁계약 체결일이 2012. 7. 26. 이전인 경우 | 구 신탁법 제3조 제1항 적용 — 종전 판례(2012다13590)에 따라 대항력 인정 가능 |
| 신탁계약 체결일이 2012. 7. 26. 이후인 경우 | 신탁법 제4조 제1항 적용 — 2022다233164 판결에 따라 대항력 부정 |
| 신탁등기의 대항력이 미치는 범위 | 해당 재산이 신탁재산으로 독립되어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한정 |
신탁등기의 대항력은 ’신탁재산의 독립성’에만 미친다
신탁법 제4조 제1항은 등기·등록할 수 있는 재산권에 관해 신탁의 등기·등록을 하면 그 재산이 신탁재산에 속한다는 것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정한다. 대법원은 이 조항의 취지를 “어떠한 재산에 신탁의 등기 또는 등록을 하면 그 재산이 수탁자의 다른 재산과 독립하여 신탁재산을 구성한다는 것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였다(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2다233164 판결). 대항력의 대상은 ’이 재산이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분리된 신탁재산이다’라는 사실 그 자체이지, 신탁계약 당사자들이 내부적으로 정한 권리·의무관계 전반이 아니다.
신탁원부에 기재해도 내부적 비용부담 약정은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는 갑 신탁회사(수탁자)가 을 회사(위탁자)와 담보신탁계약을 맺으면서 관리비를 위탁자가 부담한다고 정했고, 이 내용이 신탁원부에 포함되어 등기부에 편철되어 있었다. 원심은 이 기재를 근거로 관리단의 수탁자에 대한 관리비 청구를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파기환송했다. 신탁계약의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부동산등기법 제81조 제3항에 따라 등기기록의 일부로 보게 되더라도, 신탁재산의 구성에 관한 사항 외에는 그것으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관리비를 누가 부담하기로 했는지는 신탁계약 당사자 사이의 내부적 약정일 뿐, 그 부동산이 신탁재산인지 여부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항력이 부정된다고 해서 수탁자의 지급의무가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것은 “신탁원부 기재만으로 대항할 수 있다”고 본 원심의 법리 오해를 바로잡은 것이지, “수탁자가 관리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확정한 것이 아니다. 판결은 원심으로 하여금 관리비의 성격과 관리단 규약 등을 심리하여 수탁자의 실제 부담 여부를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즉 이 판결이 정리한 것은 “신탁원부 기재라는 방어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까지이고, 그 다음 단계 — 수탁자가 실제로 얼마의 관리비를 어떤 근거로 부담하는지 — 는 사건마다 별도로 심리해 확정해야 한다. 관리단 측이라면 신탁원부 기재의 대항력을 반박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관리단 규약·관리비 부과 내역·관리비의 성격까지 근거로 갖춰야 하고, 수탁자 측이라면 위탁자 부담 약정 외에 청구된 관리비 자체의 성격과 산정 근거를 다툴 여지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이 법리는 신탁계약 체결일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이 법리는 신탁법 제4조 제1항이 적용되는, 즉 2012. 7. 26. 이후 체결된 신탁계약에만 적용된다. 그 이전에 체결된 신탁계약에는 구 신탁법 제3조 제1항이 적용되는데, 이 조항은 “등기 또는 등록을 함으로써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만 정하고 대항력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았다. 구 부동산등기법도 신탁원부를 등기부의 일부로 보아 그 기재를 등기로 간주했다. 이런 구법 체계에서 대법원 2012. 5. 9. 선고 2012다13590 판결은 신탁원부에 위탁자의 관리비 부담이 기재되어 있다면 수탁자가 이로써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아, 신탁원부 기재 내용 전반에 폭넓은 대항력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2022다233164 판결에서 이 2012다13590 판결에 대해 “구 신탁법이 적용되는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신탁법 제4조 제1항이 적용되는 이 사건에 원용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명시했다 — 종전 판례를 폐기한 것이 아니라, 신·구법의 적용 국면이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탁계약 체결일자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실무상 가장 중요한 첫 단계다.
학설과 하급심은 종전 판례의 무제한적 대항력 인정을 오래 비판해왔다
신탁원부에 기재된 내용이라면 무엇이든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오래전부터 견해가 갈렸다 — 신탁행위로 정한 사항이면 모두 대항할 수 있다는 견해, 신탁채권자가 거래마다 신탁원부를 상세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광범위한 대항력 부여가 부당하다는 견해, 거래의 법적 성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다. 신탁법 제4조의 취지가 재산의 귀속을 공시하려는 데 있을 뿐인데, 당사자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는 권리를 공시했다는 이유만으로 대세효를 인정하면 물권법정주의가 요구하는 유형강제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 절은 일반적인 학설 대립의 흐름을 소개한 것으로, 특정 논문이나 하급심 사건번호를 인용한 것은 아니다.)
이후 판결들도 같은 법리를 반복하고 있다
이 법리는 이후 여러 대법원 판결에서 반복되고 있다. 모두 관리비 사건이며, 신탁법 제4조 제1항이 적용되는 신탁계약에서 신탁원부의 관리비 부담 약정만으로는 수탁자가 제3자인 관리단에 대항할 수 없다는 결론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75165 판결,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2다285639 판결, 대법원 2025. 6. 5. 선고 2023다259651 판결, 대법원 2026. 5. 20. 선고 2024다270266 판결).
흥미로운 대조 사례도 있다. 대법원은 2022다233164 판결과 같은 날(2025. 2. 13.) 선고한 대법원 2021다265843 판결에서는 정반대 결론을 냈다 — 2008. 8. 1. 체결된 신탁계약이라 구 신탁법 제3조 1항이 적용되어, 신탁원부에 기재된 위탁자의 관리비 부담 약정으로 수탁자가 관리단에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한 것이다. 대법원 2025. 6. 5. 선고 2023다310648 판결도 마찬가지로 구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 수탁자의 대항력을 인정했다. 같은 날, 같은 재판부 계열에서 신·구법의 적용 시점 하나로 결론이 완전히 갈린 사례라 실무적으로 참고할 가치가 크다.
이 법리는 관리비에 그치지 않고 확장되고 있다.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3다299338 판결은 감리용역비 채권에 같은 법리를 적용해, 신탁계약서에 정한 자금집행 우선순위·선결요건도 신탁재산 구성에 관한 사항이 아니므로 제3자인 용역업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보았다. 더 나아가 이 법리는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임대인 지위 문제에도 적용되고 있는데, 이 쟁점은 다루는 내용이 많아 별도 원고(“신탁된 집합건물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책임은 누구에게 있나요”)에서 따로 정리한다.
한편 대법원 2026. 1. 8. 선고 2025다215614 판결은 2022다233164 판결을 직접 인용하지는 않지만 관련된 쟁점을 다룬다.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수탁자 → 제3취득자 → 새로운 수탁자로 순차 이전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집합건물법 제18조(공용부분에 관한 채권은 특별승계인에게도 행사할 수 있다)에 따라 각 특별승계인이 종전 구분소유자들의 체납관리비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한다고 보아, 신탁원부에 위탁자의 관리비 부담이 기재되어 있더라도 그 신탁등기 말소 전에 발생한 체납관리비까지는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탁원부 대항력 문제와는 결이 다른, 집합건물법상 특별승계인 책임이라는 별도의 법리가 겹쳐 있는 사안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관리단이 위탁자를 상대로 관리비를 청구할 수는 없나요? A. 이 판결이 위탁자에 대한 청구 가능성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판결이 직접 판단한 것은 “수탁자가 신탁원부 기재만으로 관리단에 대항할 수 있는가”이고, 그 답은 대항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위탁자를 상대로 한 청구가 항상 가능하다거나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사안에 따라 검토가 필요합니다.
Q. 신탁계약서에 관리비를 위탁자가 부담한다고 명확히 써두면 소용없나요? A. 신탁계약 당사자 사이에서는 유효하지만, 그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제3자인 관리단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것으로 수탁자의 관리비 지급의무가 자동으로 확정되는 것도 아니며, 관리비의 성격과 관리단 규약에 따라 실제 부담 여부를 다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Q. 신탁계약을 오래전에 체결했다면 결론이 달라지나요? A. 네. 2012. 7. 26. 전에 체결된 신탁계약이라면 구 신탁법이 적용되어, 신탁원부 기재로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종전 판례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신탁계약 체결일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리
신탁된 집합건물의 관리비 분쟁은 신탁계약서 문구가 아니라 신탁계약 체결 시점의 문제로 시작한다. 김영진 변호사는 신탁된 집합건물의 관리비 분쟁에서 신탁계약 체결 시점이 대항력 판단의 출발점이지만, 수탁자의 실제 지급의무는 관리비의 성격과 관리단 규약을 별도로 따져야 확정된다고 설명한다. 확인할 것은 네 가지다. 신탁계약 체결일이 2012. 7. 26. 전후 중 언제인지, 신탁원부의 관리비 기재가 신탁재산 구성에 관한 사항인지, 대항력 부정과 실제 지급의무 확정은 별개 문제라는 점, 그리고 그 지급의무를 관리비의 성격과 관리단 규약으로 뒷받침할 근거가 있는지다.
근거
| 구분 | 표기 | 링크 |
|---|---|---|
| 법령 | 신탁법 제4조 제1항(신탁의 공시와 대항) | law.go.kr |
| 법령 | 구 신탁법(2011. 7. 25. 개정 전) 제3조 제1항 | law.go.kr |
| 판례 | 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2다233164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
| 판례 | 대법원 2012. 5. 9. 선고 2012다13590 판결 | lbox |
| 판례 |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75165 판결 | lbox |
| 판례 |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2다285639 판결 | lbox |
| 판례 | 대법원 2025. 6. 5. 선고 2023다259651 판결 | lbox · 사법정보공개포털 |
| 판례 | 대법원 2026. 5. 20. 선고 2024다270266 판결 | lbox |
| 판례(구법 적용) | 대법원 2025. 6. 5. 선고 2023다310648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
| 판례(관리비 외 확장) |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3다299338 판결 | lbox |
| 판례(구법 적용, 같은 날 반대 결론) | 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1다265843 판결 | lbox |
| 판례(집합건물법 제18조 특별승계인 책임) | 대법원 2026. 1. 8. 선고 2025다215614 판결 | lbox |
